트럼프, 미국 대선, 개헌

트럼프 인수위 활동에서 트럼프가 기대했던 것 만큼 Anti-establishment 하지 않다는, 그가 공언한 만큼 'Drain the swamp'의 과업을 잘 해낼 수 있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들리고 있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것인데 - 필연적으로 억만장자이자 권력과 자본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자가 갑작스럽게 반체제 투사로 돌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설적인 것은 '진보' 반-트럼프 MSM들이 트럼프도 결국 동부 자본가 엘리트 계층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공격을 지금 와서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당연하게도 월가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힐러리 클린턴의 존재 때문에 선거 중간에는 그러한 공격을 전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샌더스가 '월가 기부금'으로 민주당내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을 공격했다가 온갖 린치를 당하고 결국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마저 도둑맞은 걸 보면 잘 알 수 있는 문제다.

정치인 중 극 소수만이 민족과 국가, 사회에게 그 순간의 역사적인 숙명이 무엇인지를 제시할 능력이 되고, 대다수는 반대로 사회와 국가가 요구하는 사명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가 비록 기대했던 것 만큼 전투적이고, 반-체제적이지 않더라도 그는 충분히 이러한 사명(반-세계화, 반-페미니즘, 반-이민주의)과 미국 인민들의 기대를 이해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기대를 아직 접기는 이르다고 본다. 

생각해볼만한 관점 중 하나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역동성과 체제 내 변화다. 메르켈과 힐러리 모두 자유무역과 자유이민을 통해 자국민을 배신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힐러리와 달리 메르켈은 독일 헌법으로 통해 영구적인 총리직을 보장받는다. 한국의 일부 좌파들이 독일식 의회제도를 칭송하지만, 사실 이는 투표율 비례 의석제도를 통해 소수의 국케으원 자리를 보장받겠다는 속셈에 불과하고, 독일 내에서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더라도 과반을 통한 대안내각의 제시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독일 헌법의 필연적인 한계다. 따라서 독일 내에서는 대안세력이 등장하더라도 (한국 좌파들이 원하는 것 처럼) 정당지지율을 통해 보장받는 반-영구적인 국케으원 자리에 길들여지거나, 아니면 연정을 통해 지지자를 배신하고 주류에게 붙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독일 정치의 한계다. (아니면 독일대안당 (AfD)처럼 연정을 거부하고 영원히 '대안세력'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개헌이 이슈로 오르는 상황에서 인터넷 곳곳에서 '독일헌법만능주의'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 주류 정치층에 뿌리박힌 연정에 대한 혐오때문에 독일식 제도로는 개헌될 것 같지 않지만, 일부 좌파들의 칭송과 달리 유럽 내각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제 개헌이 꼭 필요하다면 일본식으로 가는 것이 '유권자 스트레스'가 중요한 정치 지표 중 하나인 한국 현실에 맞다고 본다. (자민당 독재 운운하실 분들은 아베가 엔고와 소비세 인상이라는 인기 없는 정책을 쌍으로 내걸고 계속 정권을 이어 나가는지에 주목해보길 바람.)

(추가.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하면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Establishment의 계략이라는 음모론(?)이 있다고 한다. 오바마가 불어넣은 Great recession 탈출을 위한 버블의 폭발이 - 미국의 금리인상 등과 함께 - 멀지 않았고, 결국 그 폭발을 받아낼 인간방패로 트럼프가 선택되었다는 이야기.)

메갈리아 음모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8&aid=0002327442

페미니스트의 주장대로, 메갈리아 혹은 페미니즘 운동 전선에 있어 현재의 목표는 언어의 독점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예: 박근혜)라던가 여자는 집에서 솥뚜껑이나 돌려라 (예: 김여사) 라는 표현 하나하나를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라 규정하여 딴지를 거는 것은 그 표현들이 유치하고 우스운 만큼, 역시 유치하고 우스운 대응이며 - 이것은 남성들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자체적인 '의식화'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는 없다.

진짜 핵심은 페미니스트들이 (기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여성 상위 사회" 등의, 단순 농담이나 조롱을 넘어선 광범위하고, 학술적(일 수도 있으며)이며, 공적인formal 표현 하나하나까지 찾아서 규제하는 데 있다. "여성 상위 사회", 혹은 "여풍" 등의 표현이 분석적인 언어가 아닌, offending한 혐오표현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미디어에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면 - 당연히 그 자리를 들어찰 자들은 페미니스트밖에 없다. 그 이유는 기사에도 잘 나와 있는데, "많은 남성들은 한국에는 성차별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 인식이다.". "성차별이 작동한다는 의식(consciousness)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독점하는 사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사회적 인식이 불가능한 백치이기 떄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수요와 공급, 그리고 혁신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시장과 핵무기에 의해 결정되는 국제 정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줄 수 있지만, 그것은 기능일 뿐 합의를 통해 부여된 권력은 아니다. 사법부의 판결과 학계의 peer review 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줄 수 있지만 판단의 대상이 되는 범위는 제한되어 있으며, 그들의 일원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는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일부 극단적 사례를 통해 공감을 얻어내어, 규제를 독점하고 그들에게 부여될 권력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또한 이 권력을 매우 부러워 하며,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을 질투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 성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남자들이 하는 전쟁, 가부장적 사법부, 남성 위주 학계, 어쩌고 저쩌고 등)

이러한 경고가 우습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후보로 나오는 여자들이 못 생겼다거나 너무 성괴삘이라는 지적은 뒤로 하고) 왜 미스코리아 대회를 TV에서 볼 수 없을까? 왜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걸그룹 뮤직 비디오가 공중파에서는 방송이 금지될까? 왜 '프로불편러'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침묵하는 다수는 뒤에서 비웃을 수 밖에 없는가? 왜 http://warning.or.kr/이 한국 인터넷 트래픽에서 그렇게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가? - 이 모든 문제제기의 핵심은 벗은 몸을 더 보고, 소비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러한 욕구가 존중받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미디어를 통제하고, 허가와 금지를 결정할 권력이 아무런 합의 없이 너무나 쉽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시체를 지탱하는 300억이 투자된 서든어택 2가 12세 이용가를 부여받고 100일만에 문을 닫는 것 - 그리고 넥슨이 검사장 빽을 찾아 수백억씩 상납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부패와 왜곡을 가져온다.

페미니스트(메갈리아)에게 조롱받은 독자들이 "예스컷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김여사를 집에서 솥뚜껑이나 돌리라고 조롱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응이다. 방송, 게임, 인터넷, 아이돌, 만화 등의 타 문화시장에서 그랫듯이 한번 좆되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한 독자들이 깜빡하는 것은, 그러한 규제 권력을 부여받을 자들 역시 페미니스트라는 점이다. 해당 기사에서 페미니스트가 무식한 남성들을 꾸짖고 메갈리아를 변호하면서도 웹툰규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독자는 자유를 잃고, 웹툰만화가들은 선정성과 매출을 잃으며, 인터넷 페미니스트들이 여론이라는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쓰고 버려지는 동안, (운동권-486-정의당-한겨례 등으로 엮인) "진짜 페미니스트들"은 그 규제를 권력을 새로 손에 얻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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